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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분석

국적 포기 빅토르 안과 린샤오쥔

by 동녘꿈 2022. 2. 22.

한국 쇼트트랙 영웅들이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고 중국을 떠돌고 있습니다. 한때 국가대표로 태극마크를 달았던 '레전드'나 '영웅'들이 경쟁국인 중국의 오성홍기를 달고 자신을 키워준 나라의 메달 사냥을 저지하기 위해 마치 총을 겨누는 모양새입니다.

2월 4일 시작돼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의 국적을 포기한 2명의 외국인이 한·중 두 나라 사이에서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2006 토리노올림픽 3관왕 안현수(36·러시아 이름 빅토르 안)와 2018 평창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임효준(26·중국 이름 린샤오쥔). 그들은 한국 국적을 유지한 채 외국에서 국위선양을 하는 선수나 코치, 감독들과는 다르게 대우해야 합니다. 그들이 무엇을 위해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고 떠났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러시아인 빅토르 안, 얀센주


2006년 토리노 올림픽 쇼트트랙에서 한국에 금메달 3개를 안겨주며 '한국 쇼트트랙 황제'라는 소리를 듣던 빅토르 안. 한때 그는 한국 빙상계 파벌의 희생양인 것처럼 비춰지기도 했고, 어찌 보면 그것이 그가 한국에 자리 잡지 못하고 러시아로, 중국으로 떠도는 처지가 된 이유일 수도 있습니다.

토리노 이후 빅토르 안은 심각한 부상 때문에 2010 밴쿠버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면서 쇼트트랙 인생이 꼬이게 됩니다. 2008년 1월 왼쪽 무릎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4차례의 수술을 받는 등 재활의 시간을 보내다 이듬해 국가대표팀 선발전에서 탈락한 것입니다.

밴쿠버행이 좌절된 빅토르 안은 설상가상으로 2010년 12월 소속팀이던 성남시청 쇼트트랙팀이 해체되면서 설 자리를 잃게 됩니다. 게다가 그는 2011년 4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5위로 처지면서 4위까지 주어지는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고, 결국 러시아 귀화의 길을 택합니다.


한국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된 그는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러시아 국적을 취득했고, 러시아도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빅토르 안 같은 세계적 스타가 필요했습니다.

그로부터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쇼트트랙에 관한 비장의 기술, 훈련방식 등을 얻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던 것으로 알려졌고, 당시 러시아는 1억8000만원의 연봉에다 통역사까지 제공하는 등 특급대우를 해줬습니다.

빅토르 안은 소치올림픽에서 토리노에 이어 또다시 3관왕에 오르며 자신의 건재를 각인시켰습니다. 그가 러시아 국기를 달고 올림픽에서 다시 큰 업적을 이루자 국내 체육계에선 빅토르 안이 다른 나라에서 선수활동을 하고 있는 이유가 파벌주의 등 체육계 저변에 깔려 있는 부조리와 구조적 난맥상에 의한 것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다.


소치올림픽으로 올림픽 무대에서 빅토르 안의 역할은 끝났습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IOC가 러시아의 도핑 파동을 이유로 선수들의 참가 불허 결정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그도 도핑 때문에 평창올림픽에 개인 자격으로 출전하는 것을 금지당하는 111명의 러시아 선수 명단에 포함되는 불명예를 안았습니다.

빅토르 안은 지난 2020년 은퇴를 선언한 뒤 이후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 기술코치가 돼 또다시 한국 타도의 선봉에 서게 됐습니다. 중국에서 그는 안셴주(安賢洙)라 불립니다.


안현수가 러시아에서, 중국에서 대한민국에 총을 겨누는 것은 결국 돈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 못 들어오는 게 아니라, 중국에서 연봉 5억원이라는 거액을 받기 때문에 기술코치를 하고 있는 것이고, 중국 쇼트트랙 김선태 감독의 두 배를 받고 있습니다.

한국도 이제 대한빙상경기연맹이 윤홍근 회장 취임으로 정상화됐으니 빅토르 안이 쇼트트랙 발전을 위해 일조할 부분도 있겠으나, 국적 포기와 중국대표팀 코치, 편파 판정 등에 대한 국민감정 악화와 쇼트트랙 내부의 반대로 인해 국내에 발붙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빅토르 안은 선수 생활을 계속하기 위해서 국적을 포기한다고 했지만 결국은 돈 때문이고, 사적 영달을 위해 대한민국의 국가대표로서의 긍지와 명예를 포기한 것에 대해선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봅니다. 러시아에서 쇼트트랙 선수 빅토르 안, 중국에서 중국대표팀 코치 얀센주로 그가 얻은 것만큼 그에 대한 비난이 쇄도하는 이유입니다.


중국인 린샤오쥔


린샤오쥔은 단 한 번의 장난으로 쇼트트랙 인생이 꼬인 대표적 사례입니다. 2018 평창올림픽에서 남자 1500m 금메달을 거머쥔 그는 이후 한국을 대표하는 쇼트트랙 선수로 각광을 받았고, 일곱 번의 수술을 이겨낸 인간 승리에 대한 찬사도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그는 2019년 6월 충북 진천선수촌 대표팀 훈련 때 줄을 타고 매달려 있는 후배 선수 황대헌의 바지를 벗기는 장난을 치다 그것이 화근이 돼 추락의 길로 접어들게 됩니다. 절친한 선후배 사이이기도 했지만 대표팀 내 경쟁자이기도 했던 황대헌이 여자 대표팀 선수들이 보는 앞에서 심각하게 성적 모욕을 당했다며 폭로한 것입니다.

베이징올림픽을 향해 탄탄대로를 걷던 린샤오쥔은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자격정지 1년의 중징계를 받게 돼 선수생활에 중대 위기를 맞았습니다.

졸지에 성추행자로 낙인찍힌 린샤오쥔은 결국 2020년 6월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고 중국으로 귀화해 자신의 새로운 쇼트트랙 삶을 시작하게 됩니다. 징계기간이 길어져 올림픽에 출전하고 싶은 꿈을 이어나가기 어렵게 되어 국적을 포기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선수가 국적을 변경했을 때는 예전 국적으로 참가한 국제대회로부터 3년이 지나야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다는 IOC 규정 때문에 베이징 올림픽에 참가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안타깝게도 정작 귀화 사유였던 그의 성추행은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지만, 이미 귀화라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뒤였습니다.


린샤오쥔은 1월 29일 SNS를 통해 중국 귀화 뒤 중국을 위해 많은 메달을 획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베이징올림픽 무대는 밟지 못했지만, 1500m에서 금메달을 딴 황대헌을 향해 도발하는 듯한 글을 SNS에 올리는 등 여전히 많은 논란을 만들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린샤오쥔이 2026 밀라노동계올림픽에선 중국 대표팀의 일원으로 많은 응원을 받을 것이라고 합니다.


성추행은 엄연한 범법행위임에도 반성없이 선수생활 유지라는 목적으로 국적을 포기하고, 심지어 올림픽 규정 미숙지로 중국 대표 선발에도 탈락하는 신중하지 못한 처사에 실소를 금할 수 없습니다. 베이징 올림픽 기간에도 편파 판정과 중국대표팀을 옹호하는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자신의 행위에 대한 모든 책임은 결국 본인에게 되돌아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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